사순담화

2002년 사순절 담화문-‘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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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사순절 담화문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말씀과 함께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고 거룩한 사순시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사순시기에 교회는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이 각자 나름대로 참회와 고행을 하여야 하지만 또한 신자들이 공동으로 참회와 고행을 함으로써 서로 결합되기를 바라며, 그 날과 시기를 특별히 규정하고 있습니다(교회법 1249조 참조). 보편 교회가 정한 참회와 고행의 날과 시기는 연중 모든 금요일과 사순시기입니다(교회법 1250조 참조).
따라서 이제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우리는, 개인적으로는 교회의 규범과 권유를 따라 특별한 방식으로 기도에 몰두하고 신심과 애덕을 행하며, 자기의 고유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교회법의 규점을 따라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킴으로써 극기하는 생활을 하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교회법 1249조 참조).
또한 우리는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교회가 세상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한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이번 사순시기에 우리 교회 공동체가, 크게는 세계 교회, 작게는 우리 교구와 본당, 그리고 우리 가정들이 함께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잘못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교회가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많은 것들 가운데 오늘날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평화와 윤리 도덕의 퇴폐 현상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세상 안에 정의와 평화를 이룩하고 건전한 윤리 도덕을 뿌리내리게 하는 종교의 고유한 사회적 사명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생겨난 현상들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성탄절에 저는 평화의 임금이신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며 우리 교구민 모두가 평화의 사도가 될 것을 당부한 바 있습니다. 이 참회의 시기에 저는 다시 한번 평화에 대한 그리스도 신자의 사명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지 못한 점, 교회와 사회 안에서 분열의 원인이 된 잘못 등을 반성하고 참회하며 보속하는 바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사순시기 동안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함으로써 건전한 윤리 도덕을 뿌리내리게 하는 종교의 고유한 사회적 사명을 다하지 못한 개인과 교회 공동체의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청소년 선교의 해를 지내고 있는 올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많은 청소년들의 윤리 도덕의 퇴폐 현상에 대한 책임을 뼈저리게 느끼며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의 퇴폐 현상은 오늘날 사회가 심하게 썩어 있고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표양을 보여주지 못한데 그 까닭이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은 어른의 거울인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루어진 어떤 사회조사는 우리 청소년들(중고생)의 불건전한 윤리 의식의 심각성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중고생의 41%가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면 나도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33%의 학생들은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부정부패를 보아도 모른 체 하겠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심지어 28%의 학생은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뇌물을 쓰겠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더더구나 90%의 학생들이 우리나라는 ‘부패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지나친 이기주의와 배금 사상, 황금 만능주의 사조가 널리 퍼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지나날 우리사회의 자랑이었던 ‘예절, 신의, 효도, 청빈’ 등 높은 도덕 의식은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만 잘 되면 그만’이고 ‘돈이 최고’라는 그릇된 가치관이 많은 청소년들을 퇴폐한 생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청소년 선도는 말로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 표양으로 되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가정 안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정직하게 살지 않음으로써 청소년들에게 나쁜 표양을 보인 점에 대해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것입니다. 사순시기가 그런 뜻의 참회와 고행의 시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가 온 나라 안에 펼치고 있는 ‘똑바로’ 운동은 도덕적으로 흐려진 우리 사회에 참으로 필요하고 때에 맞는 운동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운동의 참뜻과 필요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함께 하는 것도 사순시기를 뜻있게 보내는 길이 될 것입니다. 신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라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인류 구원사업을 시작하시기에 앞서 40일 동안의 기도와 고행의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죄 없으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와 고행에 정진하셨습니다. 지금은 우리들이 그리스도를 본받아 세상의 구원과 우리 죄의 보속을 위해 기도와 고행을 해야 할 때입니다.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는 여러분 가정과 우리 사회에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이 내리기를 빕니다.


2002년 재의 수요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주) 제목은 편집에서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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