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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정재덕 안토니오 신부

회개는 죽음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마주하게 합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자연재해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또한 누군가는 폭력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원하지 않은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죽음 앞에서 우리는 주님께 묻습니다. 주님 도대체 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1세기경의 2가지 갑작스러운 죽음들을 마주합니다. 첫 번째는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18명의 사람들이 무너지는 탑에 깔려죽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잔혹한 행위로 인한 죽음과 우발적인 사고로 보이는 죽음을 나란히 연결시킵니다. 예수님은 죽음이 죄의 크기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대신 우리가 회개할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스스로가 어찌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 자체로 비극이기도 하지만, 죽음 이후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이상 연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비극일 것입니다.


다행히 복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3년 가까이 열매를 맺지 않았던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그 무화과나무는 포도밭을 관리하던 포도 재배인의 설득 덕택에 주인으로부터 다시 열매를 맺을 수 있는(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받게 됩니다. 그 무화과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해서 당장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지만 그 유예기간은 한정됩니다. 


흥미롭게도 오늘 1독서와 2독서는 복음에 등장하는 회개의 두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악을 탐내거나 투덜거리지 않도록 “광야에서 죽어 널브러진”(1코린 10,5) 이스라엘 백성들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편, 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으며’,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고 표현하십니다. 이스라엘이 겪는 고초는 하느님께서 그들을 돌보시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죽어 널브러질” 것을 알고 계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개할 기회를 주시기 위해 그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시는 자비를 베푸십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죄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고 경고하시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닥치기 전에 회개하지 못하는 것을 경고하십니다. 또한 예수님은 열매를 맺기 위한 시간과 거름을 받은 무화과나무처럼 우리가 지금 회개를 위한 하느님의 자비를 이미 받고 있음을 지적하십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는 하느님의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의 갑작스럽고 불합리한 죽음 앞에서 우리는 하느님께 항거하기보다 살아 있는 시간 동안 회개를 준비해야 합니다. 회개는 죽음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하느님을 담대히 마주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로 머리를 돌릴 수만 있다면, 여러 가지 죽음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회개를 통해 하느님과 담대히 마주할 수 있게 된다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위해서도 주님의 자비를 간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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