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7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강 론 이상원 베네딕토 신부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당신을 모독하고 조롱하며 십자가에 못 박는 사람들을 위해 하신 예수님의 십자가상 기도입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을 십자가 위에서 몸소 실행하셨습니다. 


사흘 뒤면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언제부터인가 해마다 사순절이 되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를 오르는 예수님의 눈빛을 상상해 보곤 했습니다. 육체적·인간적 고통으로 예수님의 얼굴은 분명 당신도 모르게 수없이 일그러지곤 했을 것입니다. 자연스레 일어나는 고통의 표정을 감출 수는 없었겠지만, 그 눈동자에는 한치의 원망이나 억울함도 없었을 것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사랑과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한 아들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몸은 고통으로 몸서리를 쳐도 마음은 평화로 가득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나와 반대편에 선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어떻게 흉내라도 내보겠는데,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조금만 불편해도 거북함을 감추지 못하거나 피해 다니고, 나와 성향이나 의견이 달라서 조금만 어긋나거나 부딪혀도 분노하고 뒷담화하기를 밥 먹듯이 하는 우리입니다. 참으로 불가능한 일이 원수를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원수를 사랑하여라.”는 주님의 말씀을 피해 갈 수도 없고 피해 가서도 안 될 일이니 나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아봅니다. “원수를 사랑하여라.”는 말씀은 문자 그대로의 이분법적 명령은 아닐 것입니다. 원수까지 사랑하셨던 그리스도 당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닮은 사람이 되도록 기도하고 애쓰라는 말씀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보다 ‘완전한 사람’이 되어가도록 기도하며 은총을 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완전한 사람’에 다가서며 주님을 닮아갈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 원수를 사랑하는 경지에 이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원수를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하며 또 그렇게 익어가며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수를 사랑하는 만큼 그만큼 그 사람의 내면도 평화로울 것입니다.

 

 


  1. 5월 7일 부활 제5주일·생명 주일 강론

    “매일의 삶이 부활 축제처럼…” 찬미 예수님! 교회는 부활 대축일부터 50일간의 부활 기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부활의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계십니까?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축복이 우리를 묶고 있는 사슬을 벗어버리고 새 삶을 살게 하는 ...
    Date2023.05.04 Views168 file
    Read More
  2. 4월 30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강론

    거룩한 부르심 세상에는 수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우리 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고, 거의 들리지 않는 미세한 소리도 있습니다. 영혼을 맑게 하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어둡고 불안하게 만드는 소리도 있습니다. 고요한 자연의 소리에 화내는 사람 없...
    Date2023.04.27 Views137 file
    Read More
  3. 4월 23일 부활 제3주일 강론

    “여러분도 엠마오로 여행을 떠나보세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평화롭고 행복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다시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걱정이 너무 많이 쌓이게 되면 아무 걱정거리...
    Date2023.04.20 Views114 file
    Read More
  4. 4월 16일 부활 제2주일 곧, 하느님의 자비 주일 강론

    말보다는 행동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사람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대화를 할 때 두루뭉실하게 말하거나 자신의 마음과는 반대의 말을 하게 되면 말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히 알아차...
    Date2023.04.13 Views156 file
    Read More
  5. 4월 2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강론

    내가 믿는 예수님? 내가 믿지 않는 예수님? 사람들은 열렬하게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들의 겉옷을 벗어 땅에 깔았고, 어떤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꺾어 흔들며 길에도 깔았습니다. 그렇게 ‘호산나’를 외치고 환호하며 예수님을 맞이하였습니...
    Date2023.03.30 Views150 file
    Read More
  6. 3월 26일 사순 제5주일 강론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여러분은 ‘죽음’하면 무엇을 떠올리십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죽음’하면 부자유스러움과 속박을 떠올리게 됩니다. 죽음을 맞은 분들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의해 묶이고 관속에 갇혀 땅에 묻히는 것을...
    Date2023.03.24 Views136 file
    Read More
  7. 3월 19일 사순 제4주일 강론

    당달봉사 “겉으로는 멀쩡하게 눈을 뜨고 있지만 실제로는 앞을 볼 수 없는 눈.” 오늘 복음에는 태생 소경, 즉 태어나면서부터 시력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눈이 보이지 않으면 신체기관의 약 80%가 마비된 것과 같다고 ...
    Date2023.03.16 Views123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6 Next
/ 2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