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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이상원 베네딕토 신부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당신을 모독하고 조롱하며 십자가에 못 박는 사람들을 위해 하신 예수님의 십자가상 기도입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을 십자가 위에서 몸소 실행하셨습니다. 


사흘 뒤면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언제부터인가 해마다 사순절이 되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를 오르는 예수님의 눈빛을 상상해 보곤 했습니다. 육체적·인간적 고통으로 예수님의 얼굴은 분명 당신도 모르게 수없이 일그러지곤 했을 것입니다. 자연스레 일어나는 고통의 표정을 감출 수는 없었겠지만, 그 눈동자에는 한치의 원망이나 억울함도 없었을 것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사랑과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한 아들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몸은 고통으로 몸서리를 쳐도 마음은 평화로 가득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나와 반대편에 선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어떻게 흉내라도 내보겠는데,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조금만 불편해도 거북함을 감추지 못하거나 피해 다니고, 나와 성향이나 의견이 달라서 조금만 어긋나거나 부딪혀도 분노하고 뒷담화하기를 밥 먹듯이 하는 우리입니다. 참으로 불가능한 일이 원수를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원수를 사랑하여라.”는 주님의 말씀을 피해 갈 수도 없고 피해 가서도 안 될 일이니 나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아봅니다. “원수를 사랑하여라.”는 말씀은 문자 그대로의 이분법적 명령은 아닐 것입니다. 원수까지 사랑하셨던 그리스도 당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닮은 사람이 되도록 기도하고 애쓰라는 말씀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보다 ‘완전한 사람’이 되어가도록 기도하며 은총을 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완전한 사람’에 다가서며 주님을 닮아갈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 원수를 사랑하는 경지에 이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원수를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소망하며 또 그렇게 익어가며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수를 사랑하는 만큼 그만큼 그 사람의 내면도 평화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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