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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이우진 요한 신부

언행일치言行一致

 

오늘 우리는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두 아들을 만나게 됩니다. ‘예’라고 대답은 했지만 그렇게 행하지 않는 아들과 ‘아니요’라고 거절했지만 대답과는 달리 실천한 아들이지요. 둘 다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상태는 같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집니다. 결과의 중요한 기준이 실천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두 아들은 모두 아버지의 신뢰는 잃었지만, 한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얻고 나머지는 마음마저 잃었습니다. 우리는 신앙의 부르심에 응답한 삶을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마음을 잘 얻어 가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응답은 했지만 그에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자녀라 할 수 있을까요?


실천하고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받기 때문입니다. 감당해 내야 하는 바가 뒤따를 것이고 내려놓거나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실행한 바가 더욱 소중하다는 것이 증명되어지고, 부탁한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것이 더욱 밝히 드러납니다. 어렵고 고통스러울수록 더욱 정성스러워지게 되고, 그래서 아버지의 마음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9월 한 달, 우리는 순교자 성월을 기도하면서 순교의 영성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순교의 영성이란 하느님의 선하심과 의로우심을 마음먹고 신앙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을 내려놓고 짊어져야 할 바를 기꺼이 감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비록 목숨을 내어놓고 죽음을 감당하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소중하기 때문에 내려놓고 포기하고 짊어질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신앙의 삶을 좀처럼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들 신앙의 삶은 순교자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이지요. 


‘나’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기꺼이 포기하고 감내하지만, ‘너’를 위해서는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고 감당하지 않으려는 요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것을 추구하는 것에 거리낌 없고 당당하고 그것이 미덕인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고 서글퍼지는 것은 왜일까요?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우리들에게 이런 세상이 더욱 절망적인 것은 왜일까요? 아마도 하느님의 나라는 그런 이기적인 모습 속에도 이타적인 생명력이 더해져야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 봅니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포기하고 내려놓고 감당하려는 신앙의 삶을 함께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마음을 얻어 가고 우리들의 세상이 하느님 나라가 되기를 희망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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