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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전주홍 요셉 신부

불공평한 천국

 

세상 참 불공평합니다. 


누구는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 물고 태어나 갖은 호사 다 누리며 떵떵거리며 살다 가는가 하면 어떤 이는 태어날 때부터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나 평생 제대로 한 번 피어 보지도 못하고 져버리는 삶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열이면 열 세상 불공평하다고 하는 걸 보면 예삿일은 아닌듯합니다.


그런데 태초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것 또한 불공평한 모습 그 자체입니다. 어떤 것은 하늘을 나는 놈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땅을 걷는 것은 고사하고 기어 다니는 놈도 있습니다. 평생 물속에 있어야 하는 것들도 있고요. 높은 산이 있는가 하면 깊은 골짜기가 있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천덕꾸러기 가시나무가 있는 반면 탐스럽게 열매 맺고 울창한 숲을 이루는 나무들도 있습니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습니다. 만일 세상에 남자만 또는 여자만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해 봅니다. 더 나아가 키도 같고 생긴 것도 똑같고 재능도 같으며 성격도 다 똑같고… 높낮이 다른 산이 아니라 평평한 땅만 있었더라면. 


이 얼마나 공평한 세상입니까. 다 똑같으니 서로를 향한 불평불만은 없을 듯한데 만일 그런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무슨 나눔이 있고 사랑이 있고 희생이 있을까 싶습니다. 다 똑같은데!! 공평한 지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 피조물이 제각각인 것은 사랑이 흐르기 위해서입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풍요로운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저마다 필요한 만큼.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거친 곳은 평지가 되고 험한 곳은 평야가 되어라”(이사 40,3-4)


서로를 향해 사랑이 흐르고 나눔이 일어난다면. 서로의 차이, 다름이 소중해진다면.
삶이 어려워 골짜기와 같은 이들은 채워지고 산과 언덕처럼 높은 자리에 앉은 이들은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을 귀하게 여길 것입니다. 상처 입어 마음이 굽은 이들은 치유를 통해 곧게 하고 절망과 좌절 때문에 거친 마음 지닌 이는 그 울퉁불퉁한 삶이 평온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러한 불공평한 천국을 희망합니다.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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