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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오승수 시몬 신부

불완전이라는 온전함

 

성가정이라는 말이 있다.
가톨릭 교우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오는 말 가운데 하나이다. 혼인성사를 받고 가톨릭교회 안에서 나름대로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가정은 그들 나름 성가정을 이루고자 하

 

는 꿈을 꾸고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게 언제나 그렇듯 녹록지가 않다.
지금 본인은 미국의 디트로이트 성김대건 한인성당에서 사목을 하고 있다.


한 날은 어느 구역의 소공동체 모임에 참석을 했다. 그 구역은 세대들의 구성에서 나이차가 거의 없어 보였다. 심지어는 본인과 크게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부부들의 구성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내가 궁금해했던 것을 물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구성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부부의 사랑이란 뭔가요? 누구는 정으로 산다고 이야기도 하고 또 누구는 의리로 산다고 이야기도 하는데 그런 표현이 완전히 진심은 아니신 거죠? 오래 살다 보면 사랑이 깊어지고 뭐 그런 건 없나요?”


진심으로 궁금해서 질문을 했다.
돌아오는 대답이 상당히 솔직하고 진심 어려서 고마웠던 기억이다.


“그런 거 없습니다.”


“며칠 전에는 서로 실수로 몸이 닿았는데 서로 사과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 우리 부부의 관계를 정의할 단어를 아직 못 찾고 있습니다.”


그런 답을 들으면서 본인은 깨달았다. 부부 사랑도 결국 노력이라는 것을. 그런 가운데에서도 서로 간의 신의를 지켜가겠다는 다짐이 부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계속, 죽을 때까지 마냥 좋아서 노력하지 않아도 죽을 때까지 좋기만 하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세월의 권태감을 이기고 서로 간의 사랑을 신의로써 지켜갈 때, 그런 부부의 사랑이 깊어가는 것은 아닐까?


본인이 다시 물었다.


“매체를 보면 노부부가 되어서 손을 잡고 다니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나요?”


답이 그랬다.


“아마도 열에 아홉은 최근에 재혼하신 분들일 겁니다.”


그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우들이 그 열에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들었다. 혼인성사 안에서 살아가는 부부뿐만 아니라 신품성사 안에서 살아가는 사제들도 아마도 거의 모두가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받은 성사를 완벽하게 살아낼 수 있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결국 그 부족함을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비로 채워주시기에 우리는 또 이렇게 한 가정을 지키고, 나의 성소를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부족함을 온전함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래서 하느님이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나란 존재는 하느님의 자비를 필요로 하는 부족한 존재임을 고백하며 살아가는 자기 비움의 자세일 것이다. 내 부족함을 인정하는 나의 부족한 자세가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하느님 자비의 자리가 된다.


사제로 아주 조금 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교우에게 져주지 못하면 사제가 행복하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 


부부도 그렇지 않을까.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져주지 못한다면 행복한 부부생활은 요원할 수도 있겠구나. 게다가 그냥 지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해서 내가 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진심으로 나를 죽이는 모습 속에서, 그리고 서로가 택한 삶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들어 가시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그래서 모든 분들이 진심으로 행복하시길, 하느님 사랑 안에서 진심으로 행복하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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