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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최동환 베드로 신부

물 건너온 겨자씨

 

부제품을 받고 동기생들과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갔습니다. 도착하는 순례지마다 성물을 판매하는 가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국산품 성물이 제품의 질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손에 이것저것 들고 다니는 것도 싫어서 성물 가게에서는 거의 구경만 하고 다녔습니다. 그래도 기념이 될 뭔가를 찾아보곤 했는데 마침 조그만 유리병에 노란색 좁쌀 같은 게 담겨 있는 걸 보고 이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겨자씨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갈까 하다가, 이거 한국에서 심어보면 어떻게 될까? 성경의 겨자씨처럼 큰 나무가 될까? 하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겨자씨가 담긴 조그만 유리병 몇 개를 구입했습니다. 순례 후 한국에 와서 실험을 해 봤습니다. 씨를 흙에 정성껏 심고 물을 주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신기하게도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자라기에 큰 나무가 되려나 했지만 아쉽게도 1m 정도 크다가 더 이상 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추측하건대 우리나라 토질과 기후가 맞지 않아서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1m 정도였지만 작은 겨자씨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수님은 이야기를 참 잘 하셨습니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알게 되셨는지? 추상적이고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십니다. 누구나 들어도 잘 이해되고 기억을 잘 할 수 있도록 풀어서 말씀해 주십니다.


오늘 복음 내용은 겨자씨와 하느님 나라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고 계십니다. 겨자씨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놀라운 일이죠? 하느님 나라가 겨자씨 안에 담겨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잘 알고 있듯이 작은 씨앗은 몇 가지 조건만 갖춘다면 황무지를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복음의 씨앗이 심어졌고 우리들도 하느님 나라의 숲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주님께서 뿌려주신 좋은 씨앗들입니다. 여러 가지 힘겨움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도 씨앗을 심는 것과 같습니다. 작은 말의 씨앗과 작은 행동의 씨앗, 작은 기도의 씨앗이 아름다운 숲과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작은 것에서 큰 기쁨을 이룹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일을 통해 큰 행복을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행복은 큰일에서 오기보다는 작은 것에서 오는 것이 더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작은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늘 못 배운 이들, 약한 아이들, 낮은 이들, 아픈 이들 편에서 마음을 주셨습니다. 작은 이들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셨던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그런 이들의 나라입니다. 그러한 나라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안에 심겨지고, 가꾸어지고, 보살핌 받게 되면 그분의 나라를 이루는 큰 도구가 될 것입니다. 정성껏 겸손하게 가꾸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 나라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물 건너온 겨자씨는 왜 더 자라지 못했지? 정성과 사랑이 부족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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