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0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강 론 김동영 아우구스티노 신부

마음의 마스크 너머로

 

마스크 덕분으로 우리는 건강을 유지합니다. 꼭 필요한 마스크임에도, 때론 갑갑하고, 상대방의 입모양과 표정을 알아채기 힘들어 불편합니다. 더 아쉬운 건, 마스크와 함께 서로의 마음이 가려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음의 거리두기가 점점 익숙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몸의 건강은 마스크가 지켜줍니다. 하지만 그것만 생각하다, 서로의 온기가 꼭 필요한 마음 건강은 조직(정밀) 검사가 필요할지도 모를 요즘입니다. 


오늘 복음, 요한의 말에서도 마스크에 가려지는 부위가 얼굴뿐만이 아닐 수 있겠다는 묵상을 해봅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누군가가 마귀를 쫓아내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원이신 분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일이 이루어집니다. 그 일이 마귀를 쫓아내는 일이었다면, 죽음의 세력으로부터의 해방이 얼마나 큰 기쁨을 주고 충만한 생명을 누리게 했을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 일을 막아보려 합니다. 하느님의 도구가 되었던 그가 공적으로 신앙을 고백하지도 않고, 공동체의 울타리 밖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를 막아서려 했던 제자들의 판단은 마음의 마스크처럼 보입니다. 자신의 공동체만의 안전(건강)을 위한 KF94! 하지만 그 마스크로 인해 가장 중요한 하느님의 마음(뜻)이 제자들에게 가려져 버리고 맙니다.


세상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구원 의지는 제자들의 공동체 안팎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살리기(치료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거룩함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온몸에 마스크를 두르고 있을지언정 결코 마음의 마스크는 쓰지 않았습니다. 


비단 감염병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 곳곳에서 신앙의 이유가 아닐지라도 선한 일을 하는 이들의 마음이 세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체험과 생각을 넘어서는 하느님의 구원 신비 앞에 겸허히 우리 자신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설마 저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일이…’ 하는 판단의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면, 구원의 신비는 도처에서 우리를 초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이하면서, 마음의 마스크 너머로 우리의 존재를 향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해 봅니다. “부디 더 이상 ‘다른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만 있게 되기를 바라”(프란치스코 교황, 107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며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의 마스크를 친히 벗겨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1. 8월 13일 연중 제19주일 강론

    변화와 변질 변화와 변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잘 아시다시피 변화는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더 가치 있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반면에 변질은 원래의 모습과 달리 더 좋지 않은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변질이라 합니다. 누군가 재미있는 ...
    Date2023.08.11 Views175 file
    Read More
  2. 8월 6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강론

    질문 당신의 신앙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질문해 보기를 권한다. 신앙과 신앙의 내용 그리고 신앙행위에 대한 의문을 교묘하게 질타하고 질문을 적당히 깔아뭉개며 회피하는 태도는 그리스도라고 불리우는 예수와 그분의 복음에 대한 무지와 빈약함을 고백하는 ...
    Date2023.08.01 Views150 file
    Read More
  3. 7월 30일 연중 제17주일 강론

    잠과 죽음 예수님께서 하늘 나라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으며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고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늘 나라의 비유들에서 드러나는 공...
    Date2023.07.26 Views124 file
    Read More
  4. 7월 23일 연중 제16주일·조부모와 노인의 날 강론

    영원한 생명 vs 영원한 젊음 오늘 지내는 ‘조부모와 노인의 날’은 초고령화가 진행 중인 서부 경남 지역 신자들에게는 ‘교구의 날’ 내지는 ‘본당의 날’과 거의 동격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살아있네!” 어느 영화 중 건달 역할의 배우가 내뱉은 말이다. 신...
    Date2023.07.20 Views232 file
    Read More
  5. 7월 16일 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강론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창세기 2장 15절) “신부님, 내년에는 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해마다 매실 출하 전 본부에서 산지 점검을 합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매실 10개 중 8개는 씨살이 애벌레가 알을 씨방에 놓아 흉작입니다. 답답한 맘에 이놈을 ...
    Date2023.07.13 Views100 file
    Read More
  6. 7월 9일 연중 제14주일 강론

    주님께서는 우리의 멍에를 함께 짊어지십니다 조용히 자신의 삶 안에서 무엇이 가장 고민거리이고 걱정거리인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흔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불안의 시대라고 합니다. 너무 빠른 시대의 변화와 그에 따르지 못하는 자신의 삶이 걱정이...
    Date2023.07.06 Views129 file
    Read More
  7. 7월 2일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강론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나는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주님께서는 친지와 혈연에 대한 사랑을 하느님 사랑보다 더 앞에 두지 않도록 사람들을 아버지와 어머니, 친척들로부터 갈라놓으신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Date2023.06.29 Views138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6 Next
/ 2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