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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이강현 베드로 신부

소유와 포기 그리고 그로부터 자유로움

 

예수님은 풍족하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나셨다. 예수님의 출생 후에 마리아와 요셉이 가난한 이들이 바치는 제물을 성전에 바치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루카 2,24). 그렇다고 예수님께서 궁핍한 생활을 하신 것은 아니다. 예수님께는 공생활에서 생계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여인들이 있었고(루카 8,1-3), 제자들과 공동의 돈주머니가 있었으며 그것은 필요한 것을 사거나 자선을 베풀 수도 있을 정도였다(요한 13,29). 그리고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과 다르게 금욕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지도 않으셨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삶은 결핍을 감수하는 삶도 아니었고, 풍족하여 넘치는 삶도 아니었다. 이러한 주님의 삶이 위대한 이유는 온전히 자유로웠다는 데에 있다.


오늘 복음은 어쩌면 그리스도인의 두 가지 생활 양식을 알려준다. 소유의 삶과 포기의 삶이 그것이다. 소유의 삶은 오늘 복음에서는 나타나지만 십계명에도, 병행 구절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계명, “횡령해서는 안 된다”로 설명되는 삶이다. 재물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그것을 소유하고, 그에 대해 감사하고, 양심적으로 관리하며, 유익한 일에 사용하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도우며 사는 삶이다. 포기의 삶은 베드로 사도의 말처럼, 모든 소유를 포기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의미한다. 복음에서 질문하는 이는 응답하지 못하고 돌아섰지만, 개인적인 부르심과 자발적인 응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포기의 삶이다. 소유의 삶이든 포기의 삶이든, 관건은 각자의 삶에서 예수님의 자유로움에 얼마나 참여하는가에 달려있다. 소유에 집착하거나,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만을 생각한다면 예수님의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삶이 되는 것이다.


이 자유로움은 서약이나 서품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자선의 행동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빵의 기적을 두 번이나 경험했음에도 빵이 없다고 수군거렸던 제자들처럼(마르 8,16-21), 예수님의 자유로움은 특별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계속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물질적인 필요를 가지게 되는 지상의 조건 안에서 우리들은 어쩌면 마지막 순간까지 온전히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이 분명하다. 예수님의 자유로움이다. 무엇을 소유했지만 소유하지 않은 사람처럼 자유롭고(1코린 7,29-31),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기는 자유로움(필리 3,8)을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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