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2023.03.09 09:31

성경공부는 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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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나윤 데레사 수필가

오랜만에 산행을 하는데 낮은 산 중턱쯤이었는데도 체력이 벌써 바닥났다. 앉아 쉬어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예전 기억이 떠오르면서 컨디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해왔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기도를 하는데 여호수아기 구절이 떠올랐다. 


“힘과 용기를 내어라. 무서워하지도 말고 놀라지도 마라. 네가 어디를 가든지 주 너의 하느님이 너와 함께 있어 주겠다.” 


불안감이 안개 걷히듯 조금씩 사라지면서 컨디션도 서서히 회복되었다. 믿음이 없는 이들은 조금 쉬었으니 컨디션이 회복되었을 거라는 과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순간 더 악화될지 회복될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그 구절은 몇 년 전 마산교구 성경암송대회 때 암송했던 부분이다. 또다시 성경공부를 하면서 가슴으로 만나며 암송을 했더니 성경말씀은 일상에서 살아있었다. 성경공부는 성경말씀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인생학교다. 주 1회 수녀님 강의를 들으며 신학적 접근보다는 우리 신앙과 삶의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 또한 참가자들과의 만남은 영적 친구로서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다. 새벽 5시쯤의 첫 시간에 기도하고 성경 읽고 쓰기, 때로는 성경말씀을 통해 하느님과 만나기도 한다. 그 시간에 내 눈의 들보를 보며, 상대방의 티끌을 본다. 내 자리에서만 보이던 것이 상대방 자리에서 보이는 것도 보게 되었다. 부딪치는 인간관계에서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타협의 여지가 생겼다. 업무처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무조건 양보와 희생을 한다는 건 아니다. 선의와 연민을 갖되 선순환이 되는 방법을 생각하는 지혜와 용기도 생겼다.  


일을 하며 성경공부를 하러 다니는 게 때로는 버겁거나 제대로 못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이슬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말씀의 씨앗은 마음도 조금씩 넓혀 주었다. 잉크 한 방울이 물그릇에 떨어지면 물이 오염되지만, 연못이나 호수에 떨어지면 그 물이 오염되지 않는다. 환경은 바뀌지 않지만 태도가 바뀌면 환경도 조금씩 바뀐다. 


그동안 구약을 마치고, 올해는 신약을 공부하게 된다. 성경을 읽어도 잊어먹고 넘어지며, 또다시 깨우치고 일어서는 중이다. 성경공부라는 밭에 있으니 그곳의 흙이 내 자리에도 쌓여 말씀의 씨앗이 흙 속에서 자라는 것 같다. 그 씨앗도 타성에 젖게 되면 또 말라버릴 수도 있다. 꾸준히 성경 밭에 머무르며 성경읽기라는 적당한 물을 주고 기도라는 햇볕이 있다면 말씀의 씨앗은 땅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릴 것이다. 그 씨앗이 ‘참 신앙인’이라는 나무로 자라 나의 삶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되길 깊이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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