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1996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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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요한 1.5)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그렇게 밝지만 않았던 한 해를 마감하며 맞이한 이 축제의 날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희망의 등불’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탄의 기쁨과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는 늘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새날, 새달, 그리고 새해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끝날에 돌아본 우리의 삶 안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늘 함께 하여 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만의 삶만이 아니라, '너와 나‘가 어우러져 이루는 우리의 가정과 사회 안에도 역시 밝음의 뒤안길에 어둠이 함께 하고 있었음을 봅니다. 가정적으로는 자녀 문제, 부부간의 갈등, 경제 문제 등이 우리의 삶을 어둡게 하고 있는가 하면, 사회적으로는 살인, 강도, 성폭행, 경제사범, 마약 등의 갖가지 범죄와 함께,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쾌락주의 등이 우리 사회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의 사회상이 그렇지 않은가 여겨집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고,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요한 1,5 참조). 구세주께서 탄생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희망을 가지면서도,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그 성탄의 의미대로 살지 않는다면,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이 성탄이 나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무슨 의미를 갖겠습니까? 성탄을 경축하는 우리 그리스도 신자 한사람 한사람이 ‘어둠을 밝히는 또 다른 하나의 빛’이 될 때에 비로소 성탄의 의미가 내 안에 실현되고 우리 사회 안에 실현된다고 하겠습니다. 에수께서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를 믿는 사람은 어둠 속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요한 12,4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빛을 믿고 빛의 자녀가 되어야 하며’(요한 12,36), ‘빛의 자녀답게 살아야 한다’(에페 5,8; 1데살 5,4-6)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빛의 자녀로서 살 때에 우리 사회는 밝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빛의 자녀답게 사는 것입니까? 빛의 자녀답게 사는 삶은, 성서 말씀대로, 술취함, 음행, 방종, 분쟁, 시기 등의 온갖 ‘어둠의 행실’(로마 13,12-24)을 벗어버리고, 이웃을 사랑하고(1요한 2,9-11) 모든 선한 것, 올바른 것, 진실한 것을 추구하는 삶입니다(에페 5,8 참조. 이렇게 빛 속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빛 가운데 계신 것처럼 우리도 빛 가운데서 살고 있으면 우리는 서로 친교를 나누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1요한 1,7). 이렇게 하느님과 일치하여 참된 빛의 자녀로 생활하는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하느님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춤으로 어두운 세상 안에서 ‘또 다른 하나의 빛’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의 사명입니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4-16)고 말씀하셨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먼 곳에서 ‘메시아의 별’을 보고 예수님을 찾아 예수살렘에 당도하였습니다.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도 ‘메시아의 별’이 됨으로써 “이방인들에게 주의 길을 밝히는 빛”(루가 2,32)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가 새해에 제시하는 <사회 도덕성 회복> 운동을 하나의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빛의 자녀’로서 살아야 하는 그리스도 신자의 본연의 사명을 완수함이요, 어두운 세상을 비추어야 할 우리 사명을 실현하는 노력이라 하겠습니다. 어둠에 속한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고 빛을 미워하고 멀리하고자 할 것입니다(요한 3,19-20). 그러나 우리는 ‘어둠의 행위에 끼여들지 말고 오히려 그런 일을 폭로’(에페 5,1 참조)하고 제거하는데 힘씀으로써 빛의 역할을 다 해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어둠은 짙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빛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정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밝힌 그 빛이 아무리 미미하다 할지라도, 결코 어둠이 그 빛을 꺼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요한 1,5 참조).
다시 한번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새해에도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충만한 은총이 함께 하기를 빕니다.


1996년 성탄절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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