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담화

1997년 사순절 담화문-“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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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사순절 담화문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

(루가 3,4)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참회와 고행의 시기인 사순절(교회법 1249-1253조 참조)이 다가왔습니다. 이 시기에 교회는 모든 신자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기도에 몰두하고 신심과 애덕의 사업을 실행하며 EH한 자기들의 고유한 의무를 더욱 충실히 완수”(교회법 1249조)하기를 권고합니다. 또한 교회법의 규정에 따라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킴으로써 자신을 극기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법의 규정은 죄를 보속함으로써 구원의 은혜를 입어야하는 인간에게 필요 불가결한 것이며, 교회의 오랜 전통이 이를 존중하고 지켜왔습니다. 오늘 시작되는 사순절이 그 정신에 맞갖게 잘 지켜짐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영적으로 유익한 때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선 저는 사순절을 맞이하면서 구세주 그리스도의 길을 닦으신 세례자 요한을 상기하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은 구세주 오심을 예고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구세주를 영접하기 위한 준비를 촉구한 예언자이십니다. 그는 “광야에서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마르 1,6)로 끼니를 때우며 고행을 하고, 사람들에게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루가 3,4)고 외치며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 때에 온 유다 지방과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이 그에게 와서 죄를 고백하고 요르단 강에서 세례”(마르1,5)를 받았습니다.
구세주 강생 대희년을 3년 앞두고 맞이하는 올 사순절에,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라’는 세례자 요한의 이 외침은 우리에게 특별히 강하게 울려옵니다.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은총 해’를 맞갖게 준비하기 위해서, 우리 역시 당시의 유다 백성처럼 ‘죄를 고백하고 회개의 세례’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금년도 우리 교구가 제창하는 ‘도덕성 회복 운동’은 대희년 준비의 일환일 뿐 아니라, 사순절을 보내는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하는 삶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사목교서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 우리 사회는 윤리, 도덕적으로 매우 퇴폐하여 주님의 은총을 입기에 부당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주님의 말씀에 따라 그 어두움을 밝히는 빛과 도덕적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마태 5,13-14참조)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제창하는 도덕성 회복 운동이 조금이라도 실효를 거두어 우리 사회가 깨끗하고 맑게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저는 여러 번 여러 기회에 강조한 바이지만, 사회의 윤리, 도덕이 고양되는 것은 누가 크게 구호를 외치거나 스티커를 부탁하거나, 가두 선전을 하고 성대하게 강연회, 군중대회 등을 개최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효과 있는 것은 삶의 증거입니다. 사회의 윤리, 도덕적 퇴폐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도덕성 회복을 외치기에 앞서 먼저 자신부터 도덕적으로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올바르게 살지 않으면서 남에게 잘 살라고 하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역효과를 낸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도덕성 회복 운동을 제창함과 동시에 우리들 자신이 먼저 윤리, 도덕적으로 바르게 사는 것입니다.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이번 사순절은, ‘도덕성 회복 운동’을 제창하는 우리들이 먼저 회개하고, 윤리, 도덕적으로 새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때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에게 참회와 회개를 설교하기에 앞서 자신이 먼저 광야에서 엄한 고행을 하고 회개의 생활을 한 세례자 요한을 본받아, 우리도 자신부터 먼저 윤리, 도덕적으로 바르게 사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사순절은 참회와 회개를 위한 고행의 시기입니다. 이번 사순절이 우리 각 개인과 교구의 회개의 때가 되기를 바라며, 특히 우리 모두 ‘사회 도덕성 회복’의 기수(旗手)라는 새로운 사명감을 가지고 이 거룩한 시기를 보내기를 당부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회개의 시기인 사순절을 그 정신에 맞갖게 보내는 길이며, 또한 새 생명으로 부활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부활절을 잘 준비하는 길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1997년 재의 수요일에,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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