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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허기원 마르첼리노 신부

‘마음의 거리’

 

‘세계의 걱정거리’(What Worries World)에 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별 생각 없이 저는 ‘코로나19’일 것이라고 추측했었는데, ‘빈곤과 불평등’ 문제가 1위, ‘실업’(일자리) 문제가 2위였고, ‘코로나19’는 3위에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결과를 보며 ‘먼 거리만큼 마음도 멀어져 있었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부끄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가 죽어가는 소리는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어떤 기자의 말이 참 마음을 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희년 선포 말씀을 듣고 그분을 좋게 말했던 모든 이들이, 이방인을 언급하는 말씀을 듣자 화가 잔뜩 났다고 전합니다. 이방인에게 주어진 은총의 사례가 선민의식에 빠져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비위를 거슬렀던 것입니다. 단순히 지리적 거리를 넘어 인간이 만든 수많은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던 이들이 이방인들이었습니다.


해외 원조 주일을 맞아 우리가 기억하고자 하는, 특별히 절대적 빈곤과 불평등의 삶을 견디어 내고 있는 이 사람들은 이 땅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양새의 거리 안에서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방인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은 오늘 복음 안에서 사람들이 예수님을 벼랑으로 몰고 가 떨어뜨리려고 했듯이, 힘겨운 삶 안에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거북하게 받아들였던 사람들은 예수님과 어떻게든 거리를 두려고 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죄로 인해 멀어진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거리만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거리를 좁히시는 분으로 오셨습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친교의 다리가 되어 주셨습니다. 


오늘 제2독서의 말씀 안에서 사도 바오로는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7)는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의 작은 사랑이 누군가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어 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사랑을 실천하는 가운데, 그들과 우리 사이에 놓여진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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