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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박진우 아우구스티노 신부

“저는 아니겠지요?”

 

은돈 서른 닢과 자신이 3년 동안 모셔온 스승을 맞바꿉니다. 예수님은 모든 것을 체념하셨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걸어가십니다. 쓰디쓴 그 잔을 피하려고만 한다면, 그래서 “아버지 뜻대로”가 아니라, “내 뜻대로” 되기를 바랐다면 피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 뜻대로 하시지 않고 결국 죽음의 그 잔을 마시게 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자유를 포기하고 그 자유를 우리에게 넘겨주셨습니다. 우리에게 넘겨준 그 자유가 결국 당신을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인간에 대한 사랑이 결국 제자에 의해 배신으로 돌아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사랑받은 인간이 행한 행동이 결국 스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묻습니다. 차라리 아무런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어도 좋으련만 그 말이 스승을 두 번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다시 피눈물이 흐르게 합니다. 


우리도 예수님께 넘겨받은 그 자유로 참 많이도 예수님을 죽음에 몰고 갑니다. 그리곤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예수님을 향해서 혹시나 십자가에서 떨어질까 겁이 나는지 다시금 그 못 자국에 망치질을 해댑니다. 그리곤 우리 역시도 유다처럼 묻습니다. “저는 아니겠지요?”


우리의 그런 모습에 예수님은 결코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을 체념하셨는지,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고 대답하십니다. 철저하게 우리에게 넘겨준 그 자유를 존중해 줍니다. 


우리는 그 자유로 참 많이 십자가에 매달고 못 박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미 매달려 있는 예수님을 다시 매달 필요도 없고, 못 박혀 있는 예수님을 다시 못 박을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던지는 말 한마디 “저는 아니겠지요?” 이 말은 적어도 나의 입 밖으로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죽음을 향해서 힘겹게 걸어가시는 예수님께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는 성주간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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