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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김호준 시몬 신부

살과 뼈, 육신과 물질의 부활을 믿으며

 

부활하신 주님을 뵙자, 제자들은 두려워하며 ‘유령을 보는 줄’(루카 24,37)로 생각하였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놀라움’과 ‘의문’을 자아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한 몸은 영적인(보이지 않는) 몸이었나요, 아니면 물리적인(물질적) 몸이었나요? 또 ‘사도신경’의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라는 고백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죽게 되면,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던 ‘물질’은 ‘분자’와 ‘원자’로 분해되어 흩어질 것입니다. 우리 시체로부터 흩어진 ‘물질’을 꽃나무가 자신의 영양분으로 흡수해 버리면 우리의 부활 때, 우리의 ‘육체’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물고기에게 이렇게 말해야 할까요? “바다에 사는 귀여운 아기 상어야! 작년에 네가 뜯어먹었던 내 ‘몸’의 단백질과 분자와 원자를 다시 나에게 돌려줘! 내가 육체를 입고서 부활해야겠어!” 혹은 우리는 ‘남자’로 부활할까요? 아니면 ‘여자’로 부활할까요? 젊은 모습 혹은 늙은 모습으로 부활할까요? 생전에 장애를 지니고 살았던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부활할까요?


‘부활하신 주님’은 ‘몸뚱이’가 없는 ‘유령’도 아니요. 반대로 ‘영혼’(유령)은 없이 ‘시체’만 다시 살아난 ‘좀비’도 아닌 모습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물질적인(물리적) 우주를 창조하셨고, “보시니 좋았다”(창세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께서 우리의 ‘육체’와 ‘물질’을 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신음하고 탄식하는 피조물’(로마 8,22)과 ‘물리적인 우주’는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이면서도 동시에 물질적인 몸’(1코린 15,44)을 입을 것입니다. 원자와 분자라는 ‘물질’로 이루어진 ‘자연의 파괴와 상처’도 치유될 것입니다. 그렇게 ‘부활’은, 우리가 이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변화’로 들어가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물질 안에도 존재하신다면, 자연스럽게 ‘육신의 부활’도 믿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질’과 ‘육체’의 구원 앞에서 ‘영혼’의 구원만을 강조하는(영지주의, Gnosis) 한낱 사이비 주장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제자들은 이 사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구약의 여러 말씀들’을 되새겨야 했을 것입니다. 예컨대, “사람의 아들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에제 37,3)와 같은 말씀이 그것입니다. 혹은 ‘마카베오기’에 등장하는 부활의 흔적들을 다시 묵상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만 저는, 전례가 없고 독특하고 수수께끼 같은 ‘부활 사건’ 앞에서, 아우구스티노(Augustinus) 성인께서 말씀하신 다음과 같은 문구를 떠올려 봅니다. “네가 하느님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무슨 그리 놀라운 일이냐? 만일, 네가 그분을 파악한다면, 그분은 ‘신’이 아니다.”


‘불가능한 일이 없으신 하느님’(루카 1,37)께서는 우리의 부활 때에 각 사람에게 ‘새롭고 영광된 육체’를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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