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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광지 가타리나

뜰이 가지런하고 참 예쁜 회원동성당이다. 한겨울인데도 긴 화분에 심긴 알록달록 팬지가 드나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이게 한다. 넓지 않은 마당이지만, 구석구석 가꾸어 놓은 손길이 훤히 보인다. 그래서 봄을 더 기다리나 보다. 나무에 움이 트고 영산홍이 마구 꽃망울을 터트리면 아름다움을 더하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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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가르침을 따르려는 노력
1층 로비 게시판에는 친절한 안내가 시선을 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사랑하여라.”(요한 13,34) 말씀과 함께 교구 소식과 본당 소식이 소상하다. 서로 공유하고 뜻을 모으고 사랑을 실천하자는 권유이다.


이 성당 홈페이지 사목 방향에서, 본당 신자들이 실천해야 하는 항목 중 눈에 띄는 것은 ‘소외된 이들 안에 계신 주님을 알아보고 진심으로 돌보기’이다. 흔하게 말하는 소외된 이들에게서 ‘주님을 알아보는’ 것, 돌보되 ‘진심으로’ 돌보는 것을 강조한다.


회원동본당 주보 1면 ‘열린 교회’란에는 자주 사회 교리의 원리를 실어 함께 가꾸어야 할 우리 사회의 바른 면모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대림 시기 동안에는 북녘동포돕기 모금을 실시했다. 뜻있는 신자들이 사무실에서 자유롭게 모금에 참여했고, 교구의 민족화해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춘수 레오 주임 신부와 힘을 모아 기금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 사형제도폐지 입법청원에 대한 서명운동도 전개했다. 결정이 쉽지 않은 신자도 있겠지만, 다양한 사회 문제를 직면하면서 무엇이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지 그리스도 양심으로 동참하기를 당부했다. 공동체를 아우르는 일은 힘든 과정이 있지만, 오시는 주님께 드리는 선물을 성심껏 준비한 것이다.


너도나도 주인정신으로 살기    
회원동본당은 1981년 1월 설립되었다. 교방동 화란주택 신자들을 중심으로 열악한 출발이었다. 메리놀외방선교회 배종섭 요셉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부임하여, 처음에는 가톨릭복지회관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성전 건립에 총력을 기울였다. 본당 발전을 위해 헌신하였던 배 신부가 소임을 다하고 1985년 6월 미국 본회로 귀국한 후에는 마산교구 사제가 사목하게 되었다.


송창수 아나타시오는 상남동에서 영세를 받자마자 회원동 분리라는 과업을 안았다. 어쩌다가 기성회장을 맡아 성당 건축에 깊이 관여했고, 3대 사목회장직을 수행하며 신생 본당을 굳건히 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는 당시 화란주택의 4,50명 가난한 신자들이 강당에서 미사를 올리던 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뜨거워진단다. 

 

230226 회원성전(홈피용).jpg


현 사목회장이 사위이고 결혼한 딸네가 한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니 크나큰 은총이다. 거기다 몇 해 전, 화가인 그가 그린 성화 몇 점이 성전 2층에 걸려 있다. 이처럼 40여 년 오롯이 몸담고 있으니, 성당에 오는 길이 기쁘고 자랑스럽다. 부회장 강정신 로사는 8년 전에도 부회장을 맡았는데 당시 성전 방화문 설치 등 성전과 외부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다. 걱정이 많았지만 교우들이 십시일반 내놓아 매우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었다. 작년 본당의 날에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신자들이 고맙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성실히 뛰어다니고, 그러면서 성당 사랑방에 앉아 신자들과 차 한 잔 마시며 정을 나누는 기쁨이 크다. 김영환 알폰소는 30년 전 세례를 받았고, 은행 일에 종사한 관계로 재경분과 등에서 줄곧 활동했다. 3년 전 은행을 퇴직하고는 본의 아니게 사무장을 맡게 되었다. 귀촌하여 전원생활을 하고 싶었던 마음을 접고, 이곳에서 능동적으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맞이하려 노력하고, 환경을 가꾸는 일에 애정을 쏟는다. 화초를 돌보며 신자들의 눈길과 마음이 행복하게 빛나기를 바라며, 성당이 좋아 퇴근 후에도 자주 기웃거린다. 공동체 모두들 서로 “천사”라고 칭찬하는 말이 익숙한 정다운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본당,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지난해 10월 본당의 날, 한마음 음악회는 공동체를 한마음으로 모았다. 하춘수 신부가 기타연주와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며 무대를 열었다. 주일학교를 비롯한 단체별 다채로운 합창이 분위기를 살리고, 성악가의 열창으로 수준을 더했다. 그야말로 터널을 지나온 칙칙한 시간을 날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날갯짓이 되었다. 성탄 대축일 밤미사 전에는 거룩한 전례를 북돋우기 위해 3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음악과 함께하는 묵상으로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절정에 이르도록 이끌었다. 신자들의 뒤 성가대에서 고요한 연주를 들려주고, 주일학교 학생들이 수화공연으로 기도의 시간을 숙연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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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 사제는 교우들의 응집력이 좋아 단합이 잘 된다고 한다. 전례 때에도 성경말씀에 집중하는 모습이 놀랍다. 선교나 행사 등 목표가 생기면 뭉치고, 동참하려는 의지에 늘 고맙다. 코로나를 극복하는 일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는 주일학교를 복원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려고 한다. 교리교사 세 명이 초중고 모두를 이끌고 있는데, 이들의 애씀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 신자들까지 행복하다. 매월 한 차례는 현장교리를 위해 야외로 나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교회의 미래를 위한 주일학교의 귀중함을 알고, 잘 실행하려 한다. 그리고 가난한 이웃을 살피는 일 또한 너무나 중요하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라면 신자가 아니라도 찾고, 돕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2월에 개강한 예비자교리도 본당의 중요한 과제다. 주 2회로 교리시간을 늘려, 기간은 3개월로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아름다운 계절 5월의 세례식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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