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담화

1991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셨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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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성탄 대축일 담화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셨다”

(요한 1,14)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교구 설정 25주년의 은혜로운 해를 마지막으로 보내며 다시 성탄절을 맞이하였습니다. 예수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과 우리 사회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예수님은 인류 구원을 위해 하느님이신 말씀이 육화하여 사람이 되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구세주의 강생으로, 우리 인간은 원죄로 말미암아 멀어졌던 하느님 품안으로 다시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화해하고 재결합된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 성탄은 인류를 위해 더없이 기쁜 축일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계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하느님과 인류의 화해를 위해>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필립비 2,6-7)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수난과 죽음으로 인류를 구원하시어, 인간을 완전히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일치하게 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참으로 하늘과 땅, 하느님과 인류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오신 분이십니다.
교형 자매 여러분! 예수 성탄 축일을 맞으며,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 목적이 우리 안에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오늘날 전세계와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또한 교회는 어떠합니까? 과연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강생하신 뜻대로 화해와 일치를 이루고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그 답은 매우 부정적이기만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나라들이 빈부의 차, 지역간의 분열, 정치적 대결 등으로 서로 갈라져 있으며, 우리 나라 역시, 사회 각계각층이 서로 대립되어 사소한 의견차이만으로도 쉽게 등을 지고 미워하는 등, 사람들 사이에 깊은 골이 파여져 있는 실정입니다. 교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교회안에도 간촉 분열이 생기는가 하면, 복음전파를 위해 서로 섬기고 봉사해야 하는 직분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화해와 일치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임을 절감하게 됩니다.
예수님 탄생 당시의 수많은 유다인들은 구세주가 곧 오시리라는 큰 기대를 갖고 살았습니다. 아무도 구세주가 낮선 마굿간에서, 벌거벗은 한 무력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렇게 오셨습니다.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데 크나큰 노력이 필요함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희생하며, 상대방을 용서하고 받아 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권위의식, 물욕, 거짓, 시기심, 아집 등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속박하고 이웃과 불목하게 만드는 이러한 세력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구세주는 불완전한 인간성 안에 탄생하시어 나약하고 죄로 얼룩진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마태 5,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평화는 화해와 일치의 결과입니다. 화해와 일치가 있는 곳이라면 평화는 저절로 이루어 집니다. 화해와 일치를 위해 일하는 것은 그리스도 신자들의 사명이요 의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생활을 통해 그러나야 합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증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은 생활을 통해 드러나야 합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증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은 먼저, 화목한 가정생활을 통해 이웃에게 화해와 일치의 증거를 보여 주어야하고, 신자 공동체인 본당과 교구는, 서로 사랑으로 일치된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일치의 성사”(교회헌장 1항)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세상 안에서 이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때에 비로소 그리스도 강생의 목적이 실현됩니다.
오늘날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많은 문제들이나 갈등들이 이제는 풀릴 길 없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합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 말씀처럼 “평화는 가능한 것”(1973년 평화의 날 메시지)입니다. 우리 자신이, 하늘의 고귀한 지위를 버리고 비천한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탄생하신 예수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때입니다. 하늘과 땅이 화해와 이리를 위해 오신 아기 예수님의 가난과 겸손을 기억하고, 그분을 우리 삶의 모습으로 모시는 때가 바로 그 때인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 모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감사의 축제를 지냅시다. 마음을 열고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을 한껏 누립시다. 그리고 이 땅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새롭게 노력할 것을 아기 예수님 앞에 약속드립시다.
성탄을 맞는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의 축복을 보냅니다.


1991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마산교구장 주교 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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