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담화

1992년 사순절 담화문-“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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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사순절 담화문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거룩한 사순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교구적으로 회개와 쇄신을 지향하며 "신앙 쇄신의 해“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금년도 사순시기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습니다. 새 출발을 다짐하는 마산교구 교구민 모두에게 특별한 은총의 시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사순시기는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의 축제를 맞갖게 준비하기 위해 설정된 교회의 중요한 전례시기입니다.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는 교회의 믿음, 전례, 영성 등 우리 신앙생활 전반의 중심이 되므로 전통적으로 사순시기를 각별한 열성과 성대한 전례로 거룩하게 지내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연례적으로 보내 드리는 사순절 사목서한을 통해 이미 사순시기의 두 가지 특성 즉, 「성세의 회상과 준비, 참회와 보속의 실천」(전례헌장 109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모든 신자들이 사순시기를 거룩하게 보내 주실 것을 당부한 바 있습니다(1990년, 1991년 사순절 사목서한).
“신앙 쇄신의 해”인 금년에 저는, 특별히 그 두 번째 특성인 「참회와 보속의 실천」을 회개의 삶과 관련하여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들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세주 그리스도께서는 “회개(悔改)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마태 4,17)하시며 당신의 구속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죄인의 회개를 기뻐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며 (루가 15,3-7: 8-10: 11-32), 당신 몸소 죄인들의 벗이 되어 그들을 회개에의 길로 불러 주셨고(마태 9,9-13: 마르코 2,15-17: 루가 15,1-2), 마침내는 인류의 속죄양이 되시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하여 인류는 죄의 질곡(桎梏)에서 벗어나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적 회개의 참모습은 루가복음서에 나오는 “잃었던 아들”(루가 15,11-32)의 비유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사순절 동안 우리 모두가 이 대목을 반복해서 읽고 묵상할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회개를 위해 첫 번째로 요구되는 것은 죄를 끊어 버리는 것입니다. 새 사람이 되려면 이전에 범하던 죄를 더 이상 계속해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잃었던 아들”의 회개의 첫 걸음은 “방탕한 생활”을 중단하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죄를 끊어 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진정으로 회개하는 사람은 단순히 죄의 행위(도둑질, 살인 등)들을 끊어 버리는 것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마음을 바꾸어 이전의 “낡은 인간”(골로 3,9: 로마 6,6)의 생활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잃었던 아들”처럼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뼈아픈 통회와 함께, 전과는 전혀 다른 “새 사람”(로마 12,2: 애페 4,24)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회개는 자신이 죄인이며 구원을 필요로 하는 비참한 존재라는 것을 겸손되이 인정할 때에 비로소 가능합니다. 그러기에 교만하고 자만심에 찬 “의인”(義人, 루가 18,9)이나, “회칠한 무덤”(마태 23,27)처럼 사악한 생각을 속에 감추고 있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회개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회개를 위해 두 번째로 요구되는 것은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것(사도 3,19)입니다. 아버지의 집을 떠나, 먼 고장에서 “재산을 마구 뿌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던 “잃었던 아들”이 방탕한 생활을 버리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는 죄의 고장을 박차고 떠나 아버지 집으로 되돌아가야 했던 것입니다. 만일 그곳에 그냥 머물러 있다면 그는 또다시 이전의 죄스러운 생활로 되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회개의 본질적 요소이자 궁극적 목적입니다. 죄를 끊어버린다 해도 하느님께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 회개는 무의미하며, 그리스도교적 회개는 더더욱 아닙니다.
이런 뜻에서 소위 도덕적 회개와 그리스도교적 회개는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것입니다. 도덕적 회개는, 비록 보다 고상한 도덕적 가치를 추구한다 해도 어디까지나 자기 중심적인 현세위주의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반해, 그리스도교적 회개는 하느님 중심적이고 영원한 생명이 있는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을 떠나 타향에서 “알거지”가 된 비참한 상태의 “잃었던 아들”에게 “집으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목소릴 참으로 기쁜 소식(福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온갖 풍요로움과 평화가 넘치는 아버지 집을 향해 기쁜 회귀(回歸)의 여정(旅程)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쁜 귀향길이 다른 한편으로는 괴로운 가시밭길이기도 했습니다. 이버지 집은 먼 곳에 있어 험난한 산과 강을 지나가야 했고, 타향에서 자기 마음대로 방탕하게 살던 추억이 자꾸만 뒤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중에도 “잃었던 아들”은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갈 길을 재촉해 마침내 아버지 집에 당도했습니다.
우리도 이 회개의 길을 걸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나약함 때문에 거듭 죄에 떨어지는 일이 있다 하더라고, 타향에서의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마침내 아버지 품에 안긴 “잃었던 아들”처럼, 고통스런 회개의 가시밭길을 꾸준히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하시며 계속해서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회개와 쇄신을 촉구하는 이 때, 빠스카 축제를 향한 주님의 수난과 죽으심의 길을 열심한 마음으로 뒤따르도록 합시다. 우리의 모든 극기와 희생, 기도와 선행들이 회개의 길로 부르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드리는 기꺼운 응답이 되게 합시다. 그렇게 할 때에, 이 사순시기는 우리를 위해 마련된 “거룩한 빠스카의 산을 오르는 은총의 때”(경신성사성 회람「빠스카 축제의 준비와 거행」1988.1.16)가 될 것입니다.
이번 사순시기를 열심히 지냄으로써, “우리 자신이 진정으로 회개하고, 모든 본당과 교구가 더욱 쇄신되어 하느님 아버지께 기쁨을 드리는 자녀”(“신앙 쇄신의 해” 기도문)가 되기를 바라며,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1992년 재의 수요일에
천주교 마산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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