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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posted Ju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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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부활 대축일 담화문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만물이 소생하여 새 생명을 구가(謳歌)하는 새 봄과 함께 주님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부활축제의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과 우리 사회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사순시기동안 우리는 인류구원을 위해 돌아가신 예수님의 수고수난(受苦受難)을 묵상하며 회개와 보속의 생활로 주님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해 왔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는, 아무런 죄도 없으시면서, 세상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으나 사흘만에 영광스럽게 부활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인류는 예수님의 이 “십자가와 부활”의 은덕으로 죄의 나락(奈落)에서부터 들어 올려져 구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세상에 구원을 가져다 준 이 사건들을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회칙「자비로우신 하느님」7항)라고 말하며, 우리는 지금 온 정성을 다해 이 신비를 경축하고 있습니다.
“빠스카”라는 말은 본래 “지나가다”, “건너가다”는 뜻입니다.
구약시대의 이스라엘 백성은, 죽음의 천사가 “어린 양”의 피를 바른 이스라엘 사람들의 집은 그대로 “건너 지나감”으로써, 죽음의 화를 면하고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해방되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체험한 빠스카입니다.
그리고 신약의 백성인 우리는,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통해, 죄의 노예상태에서 해방되어 천상 예루살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신약의 이스라엘 백성인 우리가 “천주의 어린양”이신 그리스도의 피의 은덕으로 이루어야 할 신약의 빠스카입니다. 참으로 죄스러운 우리 인간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사랑에 찬 심오하고도 위대한 구원의 신비입니다(로마 11,33).
이렇게 볼 때에,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는 인류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계시의 절정인 동시에 구현(具現)이며, 인간의 의화(義化)시키는 능력입니다(「자비로우신 하느님」7항).
예수 수난 성 금요일에, 사랑하시는 성자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극심한 고통들 -갖은 모욕과 매맞으심, 흘리신 피땀과 십자가상의 죽으심 등- 은 인류에 대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것들이었습니다. 아들의 고통을 지켜보는 아버지는 아들의 고통을 그대로 당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버지의 뜻을 따라 비천한 인성(人性)을 취해 우리 가운데 나시고, 죄인들의 벗이 되어 사시다가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신 성자 그리스도 역시 아버지의 그 사랑을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벗을 위해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고 하시며 인간에 대한 최고의 사랑을 우리에게 부여주신 것입니다.
사랑 때문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로써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죄를 모르는 그리스도를 죄 있는 분으로 여기시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느니Rap로부터 무죄선언을 받아”(2고린 5,21), “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게”(로마 6,4) 되었습니다. 참 하느님(神)이시며 참 사람(人)이신 그리스도의 대속(代贖)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정의”(로마 3,25)가 충분히 채워지고, 부활의 능력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이제 인류는 잃었던 하느님의 생명을 되찾아 얻게 된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의 은혜로, 우리도 그리스도와 함께 죄에 죽고 새 생명으로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새 이스라엘 백성인 우리가 이룩해야 하는 빠스카이며, 지금 이 신비를 기념하고 있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지난 40일동안 우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사순절을 지내 왔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방해하는 모든 죄를 끊어 버리기 위해, 진정으로 통회하며 죄와 악습에서 벗어나고자 애써 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체험한 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우리 안에서 자리잡고 있는 “낡은 인간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사람으로 갈아입고”(에페 4,22-24)사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매년 부활 축일이면 노래하듯이, “그리스도 우리의 빠스카 제물로 희생되었으니 순결과 진실의 누룩없는 빵으로 축제”(부활 축일 영성체송, 1고린 5,7-8)를 지내며, “이제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고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분을 위해”(2고린 5,15)사는 일이 그것입니다.
우리 마산교구는 올 한 해를 “신앙 쇄신의 해”로 정하고 신자 개개인의 회개와 교회의 쇄신을 지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사회 역시 그 어느때보다도 교회에 대하여 이런 측면의 요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신원에 맞는 올바른 신앙생활을 해주길 바라는 채찍질인 동시에, 온갖 불의와 부조리가 만연된 우리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종교의 힘에 있으리라는 기대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리스도교 신자수가 천주교와 개신교를 합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면서도 그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깊이 자성(自省)하며, 비신자들과 다름없는 물질위주의 삶에서 벗어나 참다운 복음적(福音的) 삶으로 옮겨가는 변화(빠스카)를 일으켜야 하겠습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제자들과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 즉시 자신들의 삶 안에서 빠스카의 신비를 체험하였습니다. 겁 많고 믿음이 약했던 사도들은, 그리스도 때문에 받는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문을 걸어 잠그고 몸을 숨겨왔던 다락방에서 뛰쳐나와 이 마을 저 마을로 복음을 전하러 나섰습니다. 그리고 권세와 재물 등 현세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던 예수님 생전의 추종자들은, 이제 “가진 것을 나누고, 한 마음이 되어 날마다 열심히 성전에 모여 기도하였으며, 같이 빵을 나누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사도 2,46)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하느님을 찬미하며 서로 섬기고 봉사하는 사릉의 공동체를 이루자, “이것을 보고 모든 사람이 그들을 우러러 보게”(사도 2,47)되어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 갔습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를 경축하는 우리 역시 사도들과 초대교회 신자들처럼 부활의 능력을 입어, 복음(福音)과 반대되는 옛 생활 -이기심, 불신, 거짓, 분열, 방탕 등-을 청산하고 은총의 새 생활로 넘어가는 빠스카를 이룩해야 하겠습니다.
금년 부활절이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를 더욱 깊이 체험하는 때가 되기를 바라며 부활하신 주님의 축복을 보냅니다.


1992년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마산교구
교구장 박정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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